2018년 5월 9일 수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3편과 핸드메이즈 테일 시즌 2

이번 웨스트월드의 이야기는 액션이 많아서인지 3개 정도 읽어본 미국의 리뷰들의 분량도 짧았다. 그만큼 깊이 생각할 거리들도 적었다는 의미다.

가장 기억할만한 것은 초반분의 식민지 인도 파크(?)의 광경이다. 남녀가 만나 성관계를 맺기 전에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총을 쏴보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벵갈 호랑이의 인간 추격 장면도 긴장감을 높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의심많은 여성이 가지고 있던 지도 같은 종이의 정체가 무엇인지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다른 파크, 즉 웨스트월드로 넘어온 그녀가 칼을 쥔 원주민 로봇들과 만났으니 그 결과는 어찌될런지.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도입한 캐릭터를 곧바로 원주민의 제물이 되게 만들리는 없을 것이고 그녀의 지도의 비밀도 어떤 식으로건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다른 파크의 등장은 식민지 인도가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서 예고된 쇼군월드(?)는 이상하게도 웨스트월드에 중첩되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델로스 소속의 작가인 리가 웨스트월드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 터인데 웨스트월드에서 닌자(?)가 칼부림을 하고 있었다. 이 닌자는 호랑이처럼 원래는 다른 공간에 갖혀있어야 하는데 월경을 한 것인지 아니면 가령 포드 박사가 비밀스럽게 설정했기 때문에 웨스트월드 내에 닌자가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돌로레스 일행은 남부군의 기지에서 그들과 연합하여 델로스의 보안 요원(?)들과 전투를 벌였다. 지난 편에서 전체 보안 요원들은 6~800명이 된다고 했지만 이 전투에는 50명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돌로레스는 이 전투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대비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전투 개시 후 남부군들을 자신이 데려온 군대(이 복면 부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지하에서 망가진 채 널부러진 호스트들을 되살린 것인가?)로 학살했다. 압도적 화력의 적에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가니 총알받이로도 못 쓸 무가치한 존재로 판단한 것인가? 하지만 이후의 전개를 보면 크래독 소령이 돌로레스에게 반발하고, 돌로레스가 그를 총살하라고 하자 테디가 그 명령을 어기게 되는데, 즉 착한 로봇으로서 테디의 존재를 다시 일깨우고 또한 돌로레스의 말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 테디의 자립적인 모습도 보여주며 무엇보다도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크래독을 쉽게 퇴장시키지 않고 나중에 써먹으려는 조치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전투 장면이었음은 분명하다.

어찌되었건 델로스의 임원인 헤일은 전투를 통해 목표물인 피터 애버나디를 데려가긴 했다. 버나드는 피터의 머릿속에 있는 암호키의 정체를 파악한 듯 한데 화면 상으로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었다. 헤일과 동행해왔던 버나드는 이번 전투로 헤일과 떨어져나가고 망가져가는 신체와 이상하지는 정신으로 고난의 앞날을 예고했다.

3편에는 에드 해리스의 맨 인 블랙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예고편을 통해 앞으로 많은 활약을 펼칠 것임이 알려졌다.

이번에는 작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미드 더 핸드메이즈 테일의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다. 시기적으로 미투 운동보다 약간 앞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트럼프 시대의 일상이 조금 더 나아간다면 실현될 하나의 가능한 미래처럼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웨스트월드는 AI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하나의 디스토피아라면 해드메이즈 테일의 세계는 오히려 AI 같은 기계 문명이 배제되고 극도의 종교적 폭력성이 여성을 학대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시즌2에서 쥰은 지도자가 아닌 그 부하인 닉의 아이를 잉태함으로써 핸드메이드의 생활을 벗어나고 있었고 그에 그치지 않고 캐나다로의 탈출까지 꿈꾸게 되었다. 이번 3편은 거의 탈출 직전까지 이른 그녀의 상황이 공개되었지만 불행히도 그녀의 꿈같은 탈출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이제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건물에서 두 달 동안 혼자 살던 쥰은 홀로 남은 외로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 처음 그녀가 신문사 건물의 벽면에서 수많은 총알 자국을 발견하고 이곳이 인간 도살장이었음을 깨달으며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사진과 장식으로 그 피의 벽을 가려나갔다. 그리고 탈출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운동을 했다. 또한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하며 어떻게 미국이 길리드라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는지를 반추해보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성운동가였다. 어머니는 쥰이 열악해지는 여성의 상황에 더 관심을 가지길 원했지만 그녀는 어린 나이에 루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이와 관련된 3편의 메시지는 애매해지는 지점이 있지만 쥰이 자신이 핸드메이드가 되게 만들 역사적 변화에 무관심 혹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후회를 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는 현재 우리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캐나다가 길리드와 전쟁을 하게 될 모양인데 내부적으로도 많은 불만세력이 존재하는 길리드의 붕괴가 이 핸드메이드 테일의 종결이 될 듯 하다. 원작 소설은 어떤 결말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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