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알아버려서 긴장감은 훨씬 떨어졌다. 초점은 소설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펼쳐질 것인가.
이번 7편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갑작스럽다고 느껴졌다. 아도라가 악녀인 것은 이미 암시가 되었던 바인데 이번에는 매리앤에 이어 애마까지 약물 중독으로 죽이려한다는 내용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제 한 편 남았으니 결론을 내야하긴 하지만 5편까지는 거의 변죽만 올리다시피한 전개를 감안하면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또한 존 킨과 카밀 프리커의 갑작스러운 친밀감 상승도 아주 조금은 납득이 되지만 당황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 여동생의 죽음 때문에 미칠 것 같고 죽음이 아니면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상태의 오빠와 언니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인 혐의로 체포를 눈앞에 둔 존의 행동은 무모해보였다. 죽어도 상관없고 살인 혐의를 뒤집어써도 상관없다는 사람이니 무모한 행위조차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 알게 된 사랑하는 남성 앞에서도 옷을 벗지 않는 그녀가 여태 살인 용의자로 알고 있던 젊은 남자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옷을 벗고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하간 카밀이 지난 편에서 애마에게 휘둘려 환각제를 먹는 걸 보면 그녀도 다른 사람의 말에 굴복하는 버릇은 있는 것 같다. 다만 어머니인 아도라에게는 예외적으로 매우 반항적이다.
아도라가 자기 딸들에게 독을 먹여서 굴복시키는 방식은 팬텀 쓰레드를 즉각적으로 연상시킨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자기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아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으며 그 섬뜩한 상황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드라마에 나오기로는 병명이 있을 정도로 흔한가 보다. 아도라는 왜 자기 아이들을 아기 때부터 아픈 아이들로 규정했을까. 19세기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남부의 지배계급으로 살아온 집안의 아도라가 왜 후손들을 다 죽여버리려고 할까? 남부인의 위선을 끝내기 위해? 그녀의 남편의 침묵도 끔찍하다. 그는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하지만 그저 음악 볼륨을 높이 키우고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들어갈 뿐이다.
샤프 오브젝츠는 작년의 히트작 빅 리틀 라이즈와 유사하게 여성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윈드 갭에서 두 소녀가 이빨이 뽑힌 채 죽어버린 후 대개의 사람들이 남자라야 그렇게 많은 힘이 필요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편견을 가진 반면 카밀을 비롯한 여자들은 윈드 갭의 여자들, 남자들에 억눌린 그녀들이 사실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끝없이 암시했다. 이번 편에서 존 킨은 돼지 농장에서 돼지 이빨을 뽑는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여자들도 충분히 소녀들의 이빨을 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편까지는 카밀이 아도라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는 상태인데 소설대로 간다면 8편에서 다른 진범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