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오브젝츠가 8편의 한 시즌으로 결말을 맺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이고 원작 내용을 미리 알아버린 터라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8편이 펼쳐지는 방식 자체는 흥미로웠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8편은 카밀이 자기 집의 저녁 시간에 홀로 늦게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밀은 고기, 아마도 엄마 소유의 돼지 사육 농장에서 온 구운 고기를 먹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앓는다. 이후 그녀는 엄마인 아도라가 동생들에게 먹여온 파란 유리병의 독약을 기꺼이 먹고 더 달라고 한다. 이런 전개 자체가 한동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배가 아팠을까? 먹었던 고기에 엄마가 독약을 탔을까라는 의심만이 남았지만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8편 리뷰들을 보니 애초에 카밀이 아도라의 악행, 자신의 딸들에게 독을 먹여 길들이는 그 범죄를 증명하기 위해, 자기 몸을 증거로 만들기 위한 희생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이해가 가지만 신문사의 편집자가 제 시간에 자기에게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진정한 아버지 같은 역할을 맡긴 했다. 아마 카밀은 엄마의 독약 때문에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는지 모른다. 이미 자기의 동생을 죽였던 엄마가 윈드 갭의 두 소녀 살해까지 저질렀다고 믿은 카밀은 그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집자가 어떻게 아도라의 범죄를 경찰과 형사에게 설명했길래 그들이 설득되어 아도라의 저택에 쳐들어왔단 말인가. 아마 존 킨이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이 영향을 끼치진 했을 것이다. 어떤 리뷰에 따르면 7편에서 뜬금없이 보인 카밀과 존의 정사가 존의 자존감을 되찾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해는 가는 설명이다.
8편은 많은 부분을 짤막한 장면을 이어붙여 빠른 전개를 보여주었다. 아도라가 체포된 이후 소설처럼 애마는 언니를 따라 세인트루이스로 가서 둘이 산다. 친구를 새로 사귀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행방불명. 카밀은 애마의 인형 집에서 이빨들을 발견하고 윈드갭 소녀 살인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깨닫는데 이 때 들어온 애마는 '엄마에게 말하지마'라고 말하며 드라마가 갑자기 끝난다. 이렇게 끝났어도 이야기는 되는데 감독은 크레딧이 조금 올라가는 와중에 짤막하게 애마의 세 건의 살인 장면을 삽입했다. 이후 숲 속의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아도라가 아니라 애마였다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이런 결말을 알고 처음부터 보면 조금 더 재미있어질 구석이 있다. 그리고 카밀의 시점에서 보였던 과거 장면, 글씨들까지 주의해서 보면 그녀의 심리를 더 이해할 수도 있겠다.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비교적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이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작가 자신의 인터뷰가 몇 개 공개되었는데 비커리 서장은 카밀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한다. 아도라는 어릴 때부터 비커리를 알았겠지만 계급적 차이 때문에 결코 심각한 연애를 하지는 않고 그냥 치근대는 수준에서 그쳤으리라는 것이다.
작년에 빅 리틀 라이스로 성공을 거둔 샤프 오프젝츠의 감독은 빅 리틀 라이스 시즌 2로 돌아온다고 한다. 캐스팅은 유지되는지, 이번에는 어떤 악을 다룰 예정인지 궁금하다. 샤프 오브젝츠를 이을 HBO의 다음 드라마는 작년에 시즌 1이 방영된 제임스 프랑코, 매기 질렌할의 듀스 시즌 2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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