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을 본 것이 먼 기억 속에 있는데 이제서야 시즌 2를 봤다. 마키아벨리의 시대이기도 했던, 마키아벨리가 칭찬했던 체자레 보르지아가 살던, 시오노 나나미 때문에 더 각광받는 드라마틱한 시대를 그린 이 드라마의 시즌 2는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그 유명한 카테리나 스포르자의 치마 걷어올리기 장면(긴가민가 했는데 그 분이었다)을 뺄 수 없고, 대항해시대의 시작과 이 시기가 겹쳐지며 신대륙의 담배(씨가로)를 교황이 피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시즌 2의 큰 축들을 보면 루크레치아의 연인인 비천한 신분의 파올로가 로마에 왔다가 살해되는 것, 후안의 죽음으로 끝난 체자레와의 형제 대결, 교황 대 줄리아노 주교, 교황 대 사보나롤라 그리고 교황 대 프랑스 왕의 대결 구도 등이 있다.
시즌 2를 요약하라면 rise of Cesare라고 해야 할런지 모르겠다. 체자레는 형인 후안보다 정치력이나 군사적 지도력이 더 뛰어남을 과시했고, 패전의 과정에서 치명적 상처를 얻은 후안을 결국 살해하며 후안의 지위를 탈취할 것을 암시했고, 아버지인 교황으로부터 주교의 지위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시즌 3가 있다면 더 악랄해진 체자레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시즌 1에도 나왔던 마키아벨리는 당대에도 상당히 비중있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후안도 그를 알았고, 그의 정보력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체자레가 마키아벨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누구보다 인상적인 캐릭터인 미켈레토가 어머니로부터 의학 교육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는 장면이나 그가 동성애자임이 드러난 것 등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시즌 2는 교황 알렉산더 6세가 여자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교황이 아니라 성직자로서 응당 가져야 할 인간적 측면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들 후안의 죽음을 접했을 때 그가 가장 무너져내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 때 독이 든 와인을 들이키며 시즌 2가 끝났다.
2013년 1월 19일 토요일
리치 맨 푸어 우먼
일본에서 유학 온 후배로부터 일본에서 인기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드라마다. 오구리 슌은 나름 좋게 봤던 배우였고 이 드라마에서는 그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잘 발휘했다.
몇 달 전엔가 이시하라 사토미 미모의 '포텐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런가 했는데 내가 보기엔 여전히 예전의 그 이시하라 사토미였다. 그녀도 오구리 슌처럼 전형적인 역할을 잘 소화했던 것 같다.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드라마다. 20대에 일본 최고 수준의 IT 기업을 일궈낸 휴가 토오루. 그러나 그는 학력이 일천하다. 그의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 아사히나는 동경대 출신이다. 그리고 나츠이 마코토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도 동대 출신. 동대 출신들은 당연히 기대되는 대로 지식을 잘 암기하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지만 꽉 막히고 최고가 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넥스트 이노베이션이라는 IT계의 신성은 아사히나가 개인정보를 유출하며 급격히 무너진다. 아사히나의 배반은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상당히 우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였다. 나츠이에 대한 애정 표현도 얼마나 진실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신데렐라 같은 기업이었지만 천재 사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토오루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겸손함을 배우며 또 신생 IT 기업의 한계를 체감하며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존의 대기업의 힘에 의지한다. 드라마는 그러면서 젊은 벤처 기업의 성공 이야기를 미화하지만은 않으면서 그렇다고 기를 꺾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업가와 기존의 중견 기업이 모두 살아야한다는 정석의 대답을 내놓았달까.
이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은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였다. 토오루는 천재지만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어머니와 어린 시절 헤어진 것이 그 원인인 듯 한데, 이 드라마에서 넥스트 이노베이션의 신성장 핵심 프로젝트로 제시된 개인정보 종합 관리 솔루션인 '퍼스널 파일'도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가 원래 목적이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사실은 나츠이가 고향에 있을 때 인근에 살던 토오루의 어머니 사와키 치히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이름을 이용해 넥스트 이노베이션에 들어갈 수 있었다(초반엔 거대한 음모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어머니를 만난 토오루는 자신이 그녀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고 돌아선다. 약간 맥이 빠지지만 나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미모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아이부 사키가 아사히나의 여동생으로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미모가 빛나지 않았다. 캐릭터에도 아쉬움이 있었고, 음식점 쪽의 사람들은 주요 역할은 아니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다.
야스오카 역의 '아사리 오스케'(몇 번 본 배우지만 이름은 처음 적어봤다)는 전에 신선조에서 처음 봤던 것 같은데 가끔씩 유쾌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재미있게 쭉 볼 수 있는 드라마지만 그렇게 대단한 드라마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분기엔 경쟁자가 워낙 없었나보다.
몇 달 전엔가 이시하라 사토미 미모의 '포텐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런가 했는데 내가 보기엔 여전히 예전의 그 이시하라 사토미였다. 그녀도 오구리 슌처럼 전형적인 역할을 잘 소화했던 것 같다.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드라마다. 20대에 일본 최고 수준의 IT 기업을 일궈낸 휴가 토오루. 그러나 그는 학력이 일천하다. 그의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 아사히나는 동경대 출신이다. 그리고 나츠이 마코토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도 동대 출신. 동대 출신들은 당연히 기대되는 대로 지식을 잘 암기하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지만 꽉 막히고 최고가 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넥스트 이노베이션이라는 IT계의 신성은 아사히나가 개인정보를 유출하며 급격히 무너진다. 아사히나의 배반은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상당히 우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였다. 나츠이에 대한 애정 표현도 얼마나 진실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신데렐라 같은 기업이었지만 천재 사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토오루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겸손함을 배우며 또 신생 IT 기업의 한계를 체감하며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존의 대기업의 힘에 의지한다. 드라마는 그러면서 젊은 벤처 기업의 성공 이야기를 미화하지만은 않으면서 그렇다고 기를 꺾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업가와 기존의 중견 기업이 모두 살아야한다는 정석의 대답을 내놓았달까.
이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은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였다. 토오루는 천재지만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어머니와 어린 시절 헤어진 것이 그 원인인 듯 한데, 이 드라마에서 넥스트 이노베이션의 신성장 핵심 프로젝트로 제시된 개인정보 종합 관리 솔루션인 '퍼스널 파일'도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가 원래 목적이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사실은 나츠이가 고향에 있을 때 인근에 살던 토오루의 어머니 사와키 치히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이름을 이용해 넥스트 이노베이션에 들어갈 수 있었다(초반엔 거대한 음모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어머니를 만난 토오루는 자신이 그녀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고 돌아선다. 약간 맥이 빠지지만 나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미모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아이부 사키가 아사히나의 여동생으로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미모가 빛나지 않았다. 캐릭터에도 아쉬움이 있었고, 음식점 쪽의 사람들은 주요 역할은 아니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다.
야스오카 역의 '아사리 오스케'(몇 번 본 배우지만 이름은 처음 적어봤다)는 전에 신선조에서 처음 봤던 것 같은데 가끔씩 유쾌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재미있게 쭉 볼 수 있는 드라마지만 그렇게 대단한 드라마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분기엔 경쟁자가 워낙 없었나보다.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별을 쫓는 아이
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를 보았다. 그리스 신화, 라틴 아메리카 고대 문명, 일본 고대 신화 등 많은 것이 합성된 이야기였는데 재미는 있었으나 스토리의 개연성은 잘 와닫지 않았다.
아가르타라는 공간, 동굴을 통해 연결되는 곳이고 죽은 이들이 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가르타에 사는 사람들이 있고, 예전엔 지상 세계와 교류도 많았다. 지하 세계이지만 그곳은 밝았다. 지상의 상식과는 다른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겠지만 선뜻 그 세계관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스나는 지하 세계에 갔다가 돌아온 것인가? 아스나는 왜 그렇게 외로웠고, 어머니를 버려두고 선뜻 지하로 간 것일까. 난 아스나가 아버지를 찾는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도 않았다. 모리사키 선생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모리사키는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민없이 아스나를 희생하려했다.
아가르타라는 공간, 동굴을 통해 연결되는 곳이고 죽은 이들이 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가르타에 사는 사람들이 있고, 예전엔 지상 세계와 교류도 많았다. 지하 세계이지만 그곳은 밝았다. 지상의 상식과는 다른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겠지만 선뜻 그 세계관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스나는 지하 세계에 갔다가 돌아온 것인가? 아스나는 왜 그렇게 외로웠고, 어머니를 버려두고 선뜻 지하로 간 것일까. 난 아스나가 아버지를 찾는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도 않았다. 모리사키 선생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모리사키는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민없이 아스나를 희생하려했다.
퍼레이즈 엔드 (Parade's end)
비교적 화제작 영드였던 셜록의 두 주인공이 요즘 잘 나간다.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이후 BBC의 시대극 퍼레이즈 엔드에서 레베카 홀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반면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은 12월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호빗 시리지의 주연이다.
셜록을 본 이후 우연히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왓슨이 포르노 배우 역할이었음을 발견하며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마틴 프리먼이 호빗을 통해 얼굴을 제대로 알리게 되었다.
여하튼 며칠 전에 퍼레이즈 엔드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티젠스로 연기한 베네닉트가 영국 통계청에서 일했다는 게 상당히 재미있었다. 통계적으로 적어도 크리스토퍼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건데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컴버배치보다는 레베카 홀의 마력 때문에 본 드라마인데 캐릭터나 혹은 캐릭터 간의 관계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둘은 왜 결혼을 했으며, 왜 애정도 없는 결혼을 지속했는지. 드라마는 그 부당함, 대표적으로 여성의 투표권이 없다는 부당함 등이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전환기의 사건을 통해 깨져나감을 말하고 있긴 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퍼레이드와는 다른, 내가 이해하기엔 넓은 의미의 전통적 방식의 고수로서의 퍼레이드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끝난다는 것이 드라마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토퍼 티젠스는 그런 의미의 퍼레이드에 대해 1편에서 말했고 나중에도 몇 차례 말한다. 마지막 편에서는 1차 대전이 끝난 후 군대를 해산시키며 퍼레이드가 끝났다는 조금 더 전형적인 의미의 퍼레이드가 제시된다.
와놉 역할의 배우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첫 인상은 좋았으나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매력 면에서도 레베카 홀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셜록을 본 이후 우연히 러브 액츄얼리를 보며 왓슨이 포르노 배우 역할이었음을 발견하며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마틴 프리먼이 호빗을 통해 얼굴을 제대로 알리게 되었다.
여하튼 며칠 전에 퍼레이즈 엔드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티젠스로 연기한 베네닉트가 영국 통계청에서 일했다는 게 상당히 재미있었다. 통계적으로 적어도 크리스토퍼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건데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컴버배치보다는 레베카 홀의 마력 때문에 본 드라마인데 캐릭터나 혹은 캐릭터 간의 관계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둘은 왜 결혼을 했으며, 왜 애정도 없는 결혼을 지속했는지. 드라마는 그 부당함, 대표적으로 여성의 투표권이 없다는 부당함 등이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전환기의 사건을 통해 깨져나감을 말하고 있긴 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퍼레이드와는 다른, 내가 이해하기엔 넓은 의미의 전통적 방식의 고수로서의 퍼레이드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끝난다는 것이 드라마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토퍼 티젠스는 그런 의미의 퍼레이드에 대해 1편에서 말했고 나중에도 몇 차례 말한다. 마지막 편에서는 1차 대전이 끝난 후 군대를 해산시키며 퍼레이드가 끝났다는 조금 더 전형적인 의미의 퍼레이드가 제시된다.
와놉 역할의 배우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첫 인상은 좋았으나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매력 면에서도 레베카 홀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새로운 대통령
오늘도 어김없이 투표를 했다. 5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내가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할 것 같다.
사회의 보수화. 차라리 일본이라면 '보수'화가 말이 되겠으나 우리나라의 보수화는 빨갱이에 대한 손가락질, 질색 이외에 뭐가 있나. 무엇을 지키는 보수인가. 어떤 이들은 국가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 유세 현장에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이 그걸 대변하리라.
하지만 통진당도 아닌 민주통합당이 종북 세력이라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지난 5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실정을 보고도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이렇게 지지를 얻는 것은 나에겐 불가사의한 일이다.
사람들 말처럼 문재인이라는 개인 후보는 좋으나 민주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을 찍어야하나? 투표를 하지 않은 25%의 사람들은 누구도 찍기 싫어 포기한 걸까. 하지만 75%라면 적지는 않은 투표율. 민주당으로서는 거센 후폭풍을 겪어야할 것 같다. 민주당이 그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대안이 아님이 다시 확인되었다.
만약 이대로 박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5년이 될까. 많은 변화, 미래를 이야기했지만 대선 투표일이 다가와서야 공개된 공약집, 이 부분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의 내용 중 현실이 될 것은 무엇인가. 그 현실은 새로운 시대로서 기대할만한 혹은 바람직한 것일까. 난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악몽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의 보수화. 차라리 일본이라면 '보수'화가 말이 되겠으나 우리나라의 보수화는 빨갱이에 대한 손가락질, 질색 이외에 뭐가 있나. 무엇을 지키는 보수인가. 어떤 이들은 국가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 유세 현장에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이 그걸 대변하리라.
하지만 통진당도 아닌 민주통합당이 종북 세력이라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지난 5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실정을 보고도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이렇게 지지를 얻는 것은 나에겐 불가사의한 일이다.
사람들 말처럼 문재인이라는 개인 후보는 좋으나 민주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을 찍어야하나? 투표를 하지 않은 25%의 사람들은 누구도 찍기 싫어 포기한 걸까. 하지만 75%라면 적지는 않은 투표율. 민주당으로서는 거센 후폭풍을 겪어야할 것 같다. 민주당이 그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대안이 아님이 다시 확인되었다.
만약 이대로 박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5년이 될까. 많은 변화, 미래를 이야기했지만 대선 투표일이 다가와서야 공개된 공약집, 이 부분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의 내용 중 현실이 될 것은 무엇인가. 그 현실은 새로운 시대로서 기대할만한 혹은 바람직한 것일까. 난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악몽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레오 까락스 감독의 신작 홀리 모터스(Holy motors)
어린 시절 영화를 잘 안다는 사람들의 호평을 듣고 대단한 젊은 감독으로 알고만 있었던 레오 까락스 감독. 그의 대표작 퐁네프의 연인들을 아직도 본 적은 없지만 엄청난 작품이라고 그냥 믿고만 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이 폴라 X 이후 13년만에 만들었다는 신작 홀리 모터스. 제목이나 포스터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로튼 토마토의 평가는 칭찬 일색. 엄청난 작품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러나 일단 보고난 후 이 영화는 무엇인지 멍해지고 만다.
레오 까락스의 인터뷰나 영화평들을 보면 대강의 플롯과 의도하는 바는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얼개를 받아들이면 영화가 참 잘 짜여졌구나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길쭉한 리무진을 보며 까락스는 저 차는, 저 차에 탄 사람들은 자신들을 과시하면서 날 좀 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실체는 보여주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자동차가 보통 썬팅 때문에 안에서 밖은 잘 보여도 밖에서 안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긴 한데, 리무진은 그 기이할 정도로 긴 모양 때문에 까락스에게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홀리 모터스. 영화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마지막 부분에 드러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동차가 말을 한다는 건 공개해도 될 것 같지만.
이야기는 오스카로 불리는 한 남성이 리무진에 있는 온갖 분장도구와 역할 지침서를 읽어가며 하룻동안 여러 가지 역할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한 부자 남성이 할 일이 없어 남들 모르게 기행과 일탈을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스카는 누군가 주문하는 대로 명령에 따를 뿐이다.
그는 여자가 되기도 하고, 거지가 되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위한 모델이 되기도 하고, 죽어가는 부호, 살인자이자 희생자, 킬러, 미치광이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는 마지막 충격적 역할까지 온갖 정체성을 구현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까락스의 의도대로 인터넷 세대의 분열된 자아상의 영화화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흔히 이야기되듯이 게시판의 지배자이자 오피니언 리더 같은 한 인물이 사실은 찌질한 오덕후일 수도 있듯이 굳이 롤 플레잉 게임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현실의 자아와는 다른 모습을 그것도 여러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이상의 의미를 읽어낼 가능성은 많다. 나는 그저 하나의 큰 줄기를 이야기해볼 따름이다. 많은 이들이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 영화. 나로서도 큰 이견은 없다. 레오 까락스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이 폴라 X 이후 13년만에 만들었다는 신작 홀리 모터스. 제목이나 포스터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로튼 토마토의 평가는 칭찬 일색. 엄청난 작품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러나 일단 보고난 후 이 영화는 무엇인지 멍해지고 만다.
레오 까락스의 인터뷰나 영화평들을 보면 대강의 플롯과 의도하는 바는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얼개를 받아들이면 영화가 참 잘 짜여졌구나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
길쭉한 리무진을 보며 까락스는 저 차는, 저 차에 탄 사람들은 자신들을 과시하면서 날 좀 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실체는 보여주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자동차가 보통 썬팅 때문에 안에서 밖은 잘 보여도 밖에서 안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긴 한데, 리무진은 그 기이할 정도로 긴 모양 때문에 까락스에게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홀리 모터스. 영화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마지막 부분에 드러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동차가 말을 한다는 건 공개해도 될 것 같지만.
이야기는 오스카로 불리는 한 남성이 리무진에 있는 온갖 분장도구와 역할 지침서를 읽어가며 하룻동안 여러 가지 역할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한 부자 남성이 할 일이 없어 남들 모르게 기행과 일탈을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스카는 누군가 주문하는 대로 명령에 따를 뿐이다.
그는 여자가 되기도 하고, 거지가 되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위한 모델이 되기도 하고, 죽어가는 부호, 살인자이자 희생자, 킬러, 미치광이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는 마지막 충격적 역할까지 온갖 정체성을 구현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까락스의 의도대로 인터넷 세대의 분열된 자아상의 영화화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흔히 이야기되듯이 게시판의 지배자이자 오피니언 리더 같은 한 인물이 사실은 찌질한 오덕후일 수도 있듯이 굳이 롤 플레잉 게임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현실의 자아와는 다른 모습을 그것도 여러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이상의 의미를 읽어낼 가능성은 많다. 나는 그저 하나의 큰 줄기를 이야기해볼 따름이다. 많은 이들이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 영화. 나로서도 큰 이견은 없다. 레오 까락스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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