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레딧에서 트윈 픽스에 대한 글들을 조금 읽어보았다. 시즌3이 시작된 이후 처음 방문이다. 이미 그곳에서는 시즌3의 괴상한 세상을 나름대로 설명해두고 있었다. 특히 더기와 관련된 내용은 꿈 속의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었다. 아직 수긍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그랬다. 레딧의 글은 익숙치가 않아서 잘 안 읽게 된다.
오늘은 가디언을 비롯해 다른 유력 매체들의 시즌3 리뷰들을 조금 읽어보았다. 세네 곳의 글을 본 거라 한정적이긴 한데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리뷰였다. 가장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럴듯하게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을 설명해준다.
가디언 등의 에피소드 5, 6 리뷰에서는 나도 느꼈던 제이니-이와 더기의 그 이상함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이는 더기의 행동이 로봇과 같다고 느꼈고, 어떤 이는 더기가 아이 같다는, 즉 제이니-이가 엄마 같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당연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더기의 이상함, 즉 쿠퍼보다는 더 살이 찌고 머리 모양도 다르고 무엇보다 거의 사람 같지 않은, 의지가 없는 존재인 이 사람의 괴이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조차 외모는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쿠퍼-더기를 그냥 받아들여 버린다. 직장 동료들도 더기가 '조금' 이상해졌다고만 여길 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장면들인데 오히려 린치, 프로스트가 친밀한 대상에게조차 무심한 세태를 비판하려고 이런 연출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보인다.
하나 새로 알게된 점은 에피소드5의 막판에 등장하고 에피소드6에서 갱단에 위협당하고 아이를 차로 치는 사고를 저지른 젊은 남자의 성이 혼이라는 것이다. 벤자민 혼은 원래 트윈 픽스 마을의 최고 권력자인데 그와 모종의 혈연 관계가 예상된다. 리뷰어들은 오드리 혼의 아들이 아니겠냐고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엄마의 성을 따를 이유가 없다. 기억하기론 벤자민의 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쪽의 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더 블랙리스트 시즌 4
시즌 4의 중반은 참 지루했다. 레딩턴의 가장 큰 적들이 쓰러져가며 내용보다는 이 시리즈를 어떻게,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궁금한 와중에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안 봐도 무방했다.
후반부로 와서 레딩이에 독이 든 술을 먹고 의식을 잃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이 나오고, 범인이 바로 시체를 완벽히 처리해주던 미스터 캐플란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가 엘리자베스, 즉 아기 리즈의 돌보미였음이 드러나고 여자인 그녀가 왜 미스터 캐플란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시즌 4는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귀환과 복수극이 큰 흐름이라 하겠고, 누구보다 레딩턴에 가까웠던 그녀의 복수로 인해 레드의 왕국은 거의 궤멸되기에 이른다. 미스터 캐플란은 다리에서 뛰어내려 익사를 시도했으나 그녀가 정말 죽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시즌 피날레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마침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레드가 리즈의 아버지임이 밝혀졌고, 엄마, 양부, 돌보미까지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리즈가 남아있는 생부인 레드가 아무리 악인이라도 버릴 수 없다며 둘이 껴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레딧에는 지금의 레딩턴은 리즈의 친부인 레딩턴이 아니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고, 블랙리스트의 제작자도 그런 가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목숨까지 버릴 것 같은 레딩턴의 리즈에 대한 헌신적 태도를 보면 그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 이상한데 만약 아니라면 실제로는 무슨 관계일지 모르겠다.
미스터 캐플란이 죽기 전에 땅에서 파낸 뼈를 리즈의 남편인 톰 킨이 받아서 어디론가 가져가는데 이게 누구의 뼈인지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처음에 가방에 붙어있는 이름표에 엘리자베스라고 되어 있길래 레드가 진짜 레드가 아닌 게 아니라 리즈가 진짜 리즈가 아닌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그건 아닌 듯 하다. 이름표에 엘리자베스 킨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것은 톰을 만난 이후의 리즈의 이름이다. 나무에 새겨진 K 글자 때문에 레딧에서는 카타리나가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여태껏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유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 중 같은 의문을 제기한 사람을 발견하지는 못 했는데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미스터 캐플란이 레딩턴을 사랑했다는 말을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했다는 대목이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딱 한 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일단은 동성애 성향이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성애적 취향이나 경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카타리나를 어느 정도는 동성애적 감정으로 대했을 수도 있겠는데 왜 레딩턴을 사랑한다고 했을까 모르겠다. 이에 대해 레딩턴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일까? 둘 사이에 어떤 비밀스런 관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시즌 5는 리즈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악의 제국을 상실한 레딩턴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리즈에게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얼만큼 밝혀질지 관건이다.
후반부로 와서 레딩이에 독이 든 술을 먹고 의식을 잃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이 나오고, 범인이 바로 시체를 완벽히 처리해주던 미스터 캐플란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가 엘리자베스, 즉 아기 리즈의 돌보미였음이 드러나고 여자인 그녀가 왜 미스터 캐플란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시즌 4는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귀환과 복수극이 큰 흐름이라 하겠고, 누구보다 레딩턴에 가까웠던 그녀의 복수로 인해 레드의 왕국은 거의 궤멸되기에 이른다. 미스터 캐플란은 다리에서 뛰어내려 익사를 시도했으나 그녀가 정말 죽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시즌 피날레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마침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레드가 리즈의 아버지임이 밝혀졌고, 엄마, 양부, 돌보미까지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리즈가 남아있는 생부인 레드가 아무리 악인이라도 버릴 수 없다며 둘이 껴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레딧에는 지금의 레딩턴은 리즈의 친부인 레딩턴이 아니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고, 블랙리스트의 제작자도 그런 가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목숨까지 버릴 것 같은 레딩턴의 리즈에 대한 헌신적 태도를 보면 그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 이상한데 만약 아니라면 실제로는 무슨 관계일지 모르겠다.
미스터 캐플란이 죽기 전에 땅에서 파낸 뼈를 리즈의 남편인 톰 킨이 받아서 어디론가 가져가는데 이게 누구의 뼈인지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처음에 가방에 붙어있는 이름표에 엘리자베스라고 되어 있길래 레드가 진짜 레드가 아닌 게 아니라 리즈가 진짜 리즈가 아닌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그건 아닌 듯 하다. 이름표에 엘리자베스 킨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것은 톰을 만난 이후의 리즈의 이름이다. 나무에 새겨진 K 글자 때문에 레딧에서는 카타리나가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여태껏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유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 중 같은 의문을 제기한 사람을 발견하지는 못 했는데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미스터 캐플란이 레딩턴을 사랑했다는 말을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했다는 대목이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딱 한 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일단은 동성애 성향이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성애적 취향이나 경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카타리나를 어느 정도는 동성애적 감정으로 대했을 수도 있겠는데 왜 레딩턴을 사랑한다고 했을까 모르겠다. 이에 대해 레딩턴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일까? 둘 사이에 어떤 비밀스런 관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시즌 5는 리즈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악의 제국을 상실한 레딩턴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리즈에게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얼만큼 밝혀질지 관건이다.
2017년 6월 12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 6 리뷰
이번 에피소드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이 나왔다. 어린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비교적 적나라하게 찍혔다. 그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트윈 픽스 사람들(그렇다. 이번 편은 트윈 픽스 장면이 꽤 많이 나왔다)은 모두 눈물을 흐렸다. 트레일러에서 사는 한 노인은 아마도 죽은 소년의 영혼으로 추정되는 노란 것이 하늘로 올라가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시즌 1, 2에서 쿠퍼가 녹음기에 대고 이야기할 때 상대방으로 설정된 다이앤이 드디어 공개된 것이다. 시즌 3이 시작되기 전에 다이앤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던 바 있는데, 그녀는 데이빗 린치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로라 던이 연기한다. 하지만 얼굴만 한 번 보여줬을 뿐 아무 말도 없었고 다음 편 이후의 활약을 예고한다.
더기 존스로서 세상에 복귀하여 고생하고 있는 데일 쿠퍼는 지난 에피소드의 엔딩에서 머물렀던 그 장소에 계속 있다가 경찰(?)에 인도되어 귀가한다. 그리고 보험 회사 상사가 맡긴 케이스 파일들을 열어 해결하는데 빨간 방의 외팔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다. 외팔이는 쿠퍼에게 일어나라고 외치고 이어서 죽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서 쿠퍼가 제정신을 차리나 싶었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았고,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질 슬롯 머신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작은 빛이 보험 서류의 문제점들을 알려주자 연필로 사다리와 계단 그리고 선과 원을 그리면서 표시를 해둔다.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직장 상사는 처음에 장난친 거냐고 하다가 계속 들여다보며 전문가닾게 그 깊은 뜻을 알아챈다.
또 다른 큰 이야기는 5편 마지막에 뱅뱅 클럽(?)에서 담배를 피고 행패를 피우던 그 청년이 더 큰 마약 조직과 접선하는 과정에서 망신을 당하고 앞서 언급한 소년을 차로 치게 된 긴 과정이다. 지난 시즌들에서 혼 가문이 지역 사회를 장악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외부의 거대 조직이 개입하여 큰 사단이 날 것을 예고한다.
더기의 아내 역할을 연기하는 나오미 와츠는 계속하여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어 보기에 불편하다. 사실은 쿠퍼인 더기가 워낙 무반응이니 실상 혼자 대화를 하는 셈이라 이해가 가지만 어색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 편에서 그녀는 남편의 외도 사진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불량배들에게 소리를 치며 어둡고 어려운 시대를 논했다. 방영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지만 촬영은 오바마 때 됐을 터인데 공교로운 일이다.
이번 편은 엔딩이 예전처럼 뱅뱅 클럽의 인디 밴드 공연으로 끝났다. 배경음악이 흐르고 검은 화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대부분의 경우와 다르긴 한데 데이빗 린치가 이런 식의 엔딩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사가 해당 에피소드의 내용과 꼭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2017년 6월 7일 수요일
트윈 픽스 시즌 3의 엔딩
매 편이 끝날 때를 엔딩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아직 초반인 시즌3의 엔딩을 어떻게 아는 건지 궁금해서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과한다.
여하튼 영화가 끝날 때의 엔딩 크레딧 같은 장면을 트윈 픽스의 시즌3의 에피소드마다 볼 수 있다. 화면 아래쪽에서부터 출연자와 촬영, 편집에 참여한 인물들의 이름이 위를 향해 계속 올라간다. 사운드 효과를 전적으로 담당한 린치의 이름도 그래서 매 번 보게 된다.
에피소드 3, 4에서 뱅뱅 클럽에서 밴드들의 공연 장면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사용해서 이건 무슨 의미인가 궁금한 터였다. 이번 5편에서도 거의 끝날 때 또 뱅뱅 클럽에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어서 설마하니 또 이런 식인가 했는데 다행히도 살짝 비틀어서 밴드 공연 장면 이후 회사 앞 카우보이? 동상을 떠나지 못 하는 쿠퍼를 비춰주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번에 조금 변화를 줬으니 6편의 엔딩 크레딧은 어떤 장면이 등장할지 기대해본다.
여하튼 영화가 끝날 때의 엔딩 크레딧 같은 장면을 트윈 픽스의 시즌3의 에피소드마다 볼 수 있다. 화면 아래쪽에서부터 출연자와 촬영, 편집에 참여한 인물들의 이름이 위를 향해 계속 올라간다. 사운드 효과를 전적으로 담당한 린치의 이름도 그래서 매 번 보게 된다.
에피소드 3, 4에서 뱅뱅 클럽에서 밴드들의 공연 장면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사용해서 이건 무슨 의미인가 궁금한 터였다. 이번 5편에서도 거의 끝날 때 또 뱅뱅 클럽에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어서 설마하니 또 이런 식인가 했는데 다행히도 살짝 비틀어서 밴드 공연 장면 이후 회사 앞 카우보이? 동상을 떠나지 못 하는 쿠퍼를 비춰주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번에 조금 변화를 줬으니 6편의 엔딩 크레딧은 어떤 장면이 등장할지 기대해본다.
Incendies 그을린 사랑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중 초기작인 Incendies, 한국 개봉명 '그을린 사랑'은 안 보고 있던 차였는데 영화가 레바논에 관한 것이라길래 잉?하며 급히 찾아보게 되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은 거의 다 봤다고 생각했고, 본 영화들 대부분은 할리웃 영화였기 때문이다. 조금 전 imdb에서 보니 감독작은 새로운 블레이드 러너를 포함하여 16개나 되므로 프리즈너스 이전 작품은 하나도 못 본 셈이다. 프리즈너스 이후 할리웃 대작들을 찍고 있다.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무슨 의미인지, 무엇에 관한 영화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을린 사랑이라는 국내 개봉명이 잘 된 번역이라고 말한다. '그을린'이라는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사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연극 극본의 제목이 scorched, 즉 그을림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한국 번역자가 생각해낸 번역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앵상디 정도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프랑스어인 원제는 화재가 기본적인 의미이고, 확장적인 의미로 분쟁, 내전까지 의미하는 듯 하다. 여하간 불, 화재와 그 결과로서의 그을림이라는 연결이 이루어진다. 영화에서는 직접적인 의미에서의 화재는 버스에서 발생했고, 내전으로 인해 불에 타고 무너진 건물들을 볼 수도 있었다.
본 사람은 다 이해할 수 있을 영화 내용인데 영화의 구성은 쌍둥이 남매가 죽은 엄마의 과거의 비밀을 스스로 알아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엄마를 고용했던 캐나다인 공증인은 아마도 비밀을 상당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남매가 스스로 충격적인 비밀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린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 평은 단적으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현대에 적용한 거라고 평했다. 소년이 왕이 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것도 아니긴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몰라보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런 중립적이고 온건한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만은 공통적이다. 영화가 오이디푸스에 해당할 남성이 아니라 어머니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영화의 충격적 반전은 사실이 완전히 까발려지기 전에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는 바였다. 설마 그렇게까지할까라는 의심은 있었지만. 애초에 어머니가 큰 아들을 낳은 시점 자체가 의문이었는데 왜냐하면 같은 배우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무슬림 난민인 남자 친구가 죽은 시점에 도대체 몇 살인가 헛갈리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10대 시절이라는 건데, 이후 이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고 운동을 하고 정치범으로 수용되는 걸 감안하면 처음 등장할 때 10대였던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마 화면상의 외모로는 별로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40 전후가 되었을 그 비극의 순간에 큰 아들의 만행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의 원작이 레바논을 배경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레바논을 배경으로 한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영화의 사건과 레바논 현대사에 일치점이 있을 뿐이다. 레바논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적은 없지만 오랜 내전이 있었고 그 성격이 무슬림과 기독교의 대결이라는 점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기독교인인데 갑자기 기독교 지도자를 암살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들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무슬림쪽에 가담했던 모양이다.
세월이 지난 후에 화제작을 처음 접하면 김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영화는 촬영이나 개봉 당시에 봐야 그 의미가 더 분명하게 드러날 터이다. 지금 와서야 보게된 그을린 사랑은, 만약 감독의 의도대로 레바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하면, 이게 무슨 희한한 이야기인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로 평가될 가능성도 다분한다. 실제 나의 느낌이 그렇다. 추리극 같았던 영화의 전개와 구성 방식은 뛰어났으나 현실적 의미를 배제한 채 중동 같긴 한데 아닐 수도 있다는 장소의 이상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없이 무한한 모성애에 대한 경외감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까.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의 건널 수 없는 간극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우리 속에 숨어 있는 절대악에 대한 것일까, 절대악도 사연이 있다는 이해를 요구하는 것일까.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무슨 의미인지, 무엇에 관한 영화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을린 사랑이라는 국내 개봉명이 잘 된 번역이라고 말한다. '그을린'이라는 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사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연극 극본의 제목이 scorched, 즉 그을림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한국 번역자가 생각해낸 번역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앵상디 정도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프랑스어인 원제는 화재가 기본적인 의미이고, 확장적인 의미로 분쟁, 내전까지 의미하는 듯 하다. 여하간 불, 화재와 그 결과로서의 그을림이라는 연결이 이루어진다. 영화에서는 직접적인 의미에서의 화재는 버스에서 발생했고, 내전으로 인해 불에 타고 무너진 건물들을 볼 수도 있었다.
본 사람은 다 이해할 수 있을 영화 내용인데 영화의 구성은 쌍둥이 남매가 죽은 엄마의 과거의 비밀을 스스로 알아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엄마를 고용했던 캐나다인 공증인은 아마도 비밀을 상당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남매가 스스로 충격적인 비밀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린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 평은 단적으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현대에 적용한 거라고 평했다. 소년이 왕이 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아버지를 죽인 것도 아니긴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몰라보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런 중립적이고 온건한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만은 공통적이다. 영화가 오이디푸스에 해당할 남성이 아니라 어머니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영화의 충격적 반전은 사실이 완전히 까발려지기 전에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는 바였다. 설마 그렇게까지할까라는 의심은 있었지만. 애초에 어머니가 큰 아들을 낳은 시점 자체가 의문이었는데 왜냐하면 같은 배우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무슬림 난민인 남자 친구가 죽은 시점에 도대체 몇 살인가 헛갈리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10대 시절이라는 건데, 이후 이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고 운동을 하고 정치범으로 수용되는 걸 감안하면 처음 등장할 때 10대였던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마 화면상의 외모로는 별로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40 전후가 되었을 그 비극의 순간에 큰 아들의 만행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의 원작이 레바논을 배경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레바논을 배경으로 한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영화의 사건과 레바논 현대사에 일치점이 있을 뿐이다. 레바논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적은 없지만 오랜 내전이 있었고 그 성격이 무슬림과 기독교의 대결이라는 점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기독교인인데 갑자기 기독교 지도자를 암살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들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무슬림쪽에 가담했던 모양이다.
세월이 지난 후에 화제작을 처음 접하면 김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영화는 촬영이나 개봉 당시에 봐야 그 의미가 더 분명하게 드러날 터이다. 지금 와서야 보게된 그을린 사랑은, 만약 감독의 의도대로 레바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하면, 이게 무슨 희한한 이야기인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로 평가될 가능성도 다분한다. 실제 나의 느낌이 그렇다. 추리극 같았던 영화의 전개와 구성 방식은 뛰어났으나 현실적 의미를 배제한 채 중동 같긴 한데 아닐 수도 있다는 장소의 이상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없이 무한한 모성애에 대한 경외감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까.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의 건널 수 없는 간극에 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우리 속에 숨어 있는 절대악에 대한 것일까, 절대악도 사연이 있다는 이해를 요구하는 것일까.
2017년 6월 6일 화요일
라이프 (2017)
몇 가지 점에서 의외인 영화였다. 영화 포스터에 등장했고 몸값도 적지 않을 라이언 레이놀즈는 누가 봐도 주인공 중 하나 그러니까 영화 막판에야 죽을지 말지가 결정될 인물로 보였는데 정말 빨리 죽었다. 후반부에 시체로서 한 번 더 등장한다.
후반부에 반전으로 화성 생물체인 캘빈과 제이크 질렌할이 탄 팟?pod이 지구의 바다에 도착하고, 레베카 퍼거슨의 팟은 우주 멀리 날아가버린다. 이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두 남녀의 계획대로 레베카는 지구로, 질렌할과 캘빈은 우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캘빈의 지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지구로 향하도록 우주선을 조종할 능력까지 갖췄다니.
일본의 명배우 사나다 히로유키를 볼 수 있었는데 영화상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얻었지만 우주에서 비명횡사해서 안타깝다.
목성에 도착한 지구인들이 괴생물체에 봉변을 당한 유로파가 떠오르기도 했고, 마션을 비롯해 요즘에는 많은 영화들이 화성 거주를 논의해서 화성에서 정말 살 작정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 영화였다.
후반부에 반전으로 화성 생물체인 캘빈과 제이크 질렌할이 탄 팟?pod이 지구의 바다에 도착하고, 레베카 퍼거슨의 팟은 우주 멀리 날아가버린다. 이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두 남녀의 계획대로 레베카는 지구로, 질렌할과 캘빈은 우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캘빈의 지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지구로 향하도록 우주선을 조종할 능력까지 갖췄다니.
일본의 명배우 사나다 히로유키를 볼 수 있었는데 영화상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얻었지만 우주에서 비명횡사해서 안타깝다.
목성에 도착한 지구인들이 괴생물체에 봉변을 당한 유로파가 떠오르기도 했고, 마션을 비롯해 요즘에는 많은 영화들이 화성 거주를 논의해서 화성에서 정말 살 작정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 영화였다.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 5
첫번째 주에 트윈 픽스 새 시즌의 네 편을 일거에 토해낸 쇼타임은 한 주의 휴식기를 갖고 나서 에피소드 5를 공개했다. 여전히 제목은 '더 리턴'이다. 그러니까 더 리턴 파트 5인 셈이다.
이번 편에서 트윈 픽스 지역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빨간 방을 벗어나 더기의 자리로서 세상에 돌아온 쿠퍼의 세상 적응기가 주를 이룬다. 더 리턴이라는 제목들은 트윈 픽스라는 문제적 화제작의 귀환이기도 하고 시즌 3의 흐름상 주인공인 쿠퍼가 세상에 돌아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에피소드 4에서 커피를 먹으며 쿠퍼의 정신이 돌아왔는가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문장을 말하지 못 하고 대화 상대방이 말하는 단어들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만을 따라할 뿐이다. 대신 커피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댐 굳 커피를 명대사로 만든 지난 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린치의 작품이라기엔 의외일 정도로 친절하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연결점을 확인시켜주는 장면들이 있어서 TV 드라마는 확실히 영화와 다르고, 매니아가 아닌 일반적인 시청자를 신경썼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 5편에서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이전 편에서 셸리의 딸로 베키라는 이름만 거론된 캐릭터다. 트윈 픽스의 10대 답게 문제아 기질이 다분해보였다. 페기 립튼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았다. 원래 시즌 1, 2에는 얼굴이 뛰어난 젊은 여배우들이 많았지만 페기 립튼의 미모가 가장 돋보였다. 그러나 27년의 세월은 그녀의 미모가 예전같을 수는 없도록 만들었다. 얼마전 검색하다가 그녀가 퀸시 존스의 부인이고 딸도 유명 배우가 되었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예전에 바비의 아버지인 브릭스 소령은 블랙 코미디 같은 현란한 말 솜씨로만 기억되었고, 그가 로라의 죽음 등 트윈 픽스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이번 편을 볼 때 상당히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트윈 픽스의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하는 역할이었던 모양이다. 시즌 3가 트윈 픽스의 마지막일지 어떨지 모르지만 시즌 1, 2의 미스터리를 상당히 풀어줄 듯한 느낌은 든다.
이번 편에서 트윈 픽스 지역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빨간 방을 벗어나 더기의 자리로서 세상에 돌아온 쿠퍼의 세상 적응기가 주를 이룬다. 더 리턴이라는 제목들은 트윈 픽스라는 문제적 화제작의 귀환이기도 하고 시즌 3의 흐름상 주인공인 쿠퍼가 세상에 돌아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에피소드 4에서 커피를 먹으며 쿠퍼의 정신이 돌아왔는가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문장을 말하지 못 하고 대화 상대방이 말하는 단어들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만을 따라할 뿐이다. 대신 커피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댐 굳 커피를 명대사로 만든 지난 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린치의 작품이라기엔 의외일 정도로 친절하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연결점을 확인시켜주는 장면들이 있어서 TV 드라마는 확실히 영화와 다르고, 매니아가 아닌 일반적인 시청자를 신경썼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 5편에서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이전 편에서 셸리의 딸로 베키라는 이름만 거론된 캐릭터다. 트윈 픽스의 10대 답게 문제아 기질이 다분해보였다. 페기 립튼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았다. 원래 시즌 1, 2에는 얼굴이 뛰어난 젊은 여배우들이 많았지만 페기 립튼의 미모가 가장 돋보였다. 그러나 27년의 세월은 그녀의 미모가 예전같을 수는 없도록 만들었다. 얼마전 검색하다가 그녀가 퀸시 존스의 부인이고 딸도 유명 배우가 되었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예전에 바비의 아버지인 브릭스 소령은 블랙 코미디 같은 현란한 말 솜씨로만 기억되었고, 그가 로라의 죽음 등 트윈 픽스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이번 편을 볼 때 상당히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트윈 픽스의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하는 역할이었던 모양이다. 시즌 3가 트윈 픽스의 마지막일지 어떨지 모르지만 시즌 1, 2의 미스터리를 상당히 풀어줄 듯한 느낌은 든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