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8일 수요일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천 기저귀 구매

믿기지 않던 시간들(짧게는 아내와 딸의 입원 기간인 50일에서 길게는 심장병 진단이 떨어진 5월 초부터 거의 넉 달)이 지나가고 꿈만 같이 아기가 집에서 자고 있다.

임신 중에 아내가 갑작스레 입원하며 내가 동대문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곤 했다. 오늘은 천기저귀를 사러 동대문에 다녀왔다.

어찌된 연유인지 몰라도 인터넷에서는 동대문종합시장 A동 1층에 있는 조광상회가 유명하다. 천기저귀로 많이 쓰는 소창 한 필을 18,000원에 판다는 내용을 많이 보고 저렴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그냥 이 가게를 찾아갔다.

전에 동대문에 옷을 사러 가면 두타나 밀리오레 같은 곳에 갔고, 임산부를 위한 옷도 밀리오레 지하에서 샀던 터라 며칠 전 동평화시장에 갔던 거나 오늘 동대문종합시장에 간 것은 모두 첫 경험이었다.

동대문역 9번 출구로 나가서 좀 가다보니 동대문종합시장이 나온다. 그냥 들어가서 돌아다녔는데 D동이었다. 두리번거리니 B동이 보인다. B동에는 광목 같이 기저귀용으로 쓸만한 천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보였으나 A동에 있다는 조광상회를 찾기 위해 그냥 지나쳤다.

못 찾고 나와보니 결국 B, D가 붙어있고, A, C가 또 다른 한 묶음을 이루는 구조였다. A동에는 이불 파는 가게가 많고 조광상회 같이 천을 파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 어쨌거나 목표했던 곳은 발견했다. 통로의 맨 끝 가게였다.

기저귀천을 묻자 이것저것 말을 하려다가 인터넷보고 왔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하니 많이들 산다는 천을 꺼내주었다. 나로서는 이게 그 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으나 인터넷의 정보를 바탕으로 장사를 하시는 분이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두 필을 샀다. 역시나 가격은 한 필당 18,000원.

종이가 붙어있길래 읽어보니 강화도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상표랄까 그림이 있는데 방울이 두 개다. 그런데 '쌍방올'이라고 적혀있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렇게 천을 사고 있는데 알고보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조광상회와 연결된 '이모님'이었다. 전화를 할 것도 없이 그 분을 따라 갔다. 아주머니는 라헬 홈패션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갖고 있었다. 전에 인터넷에서 본대로 지하로 갔는데 A동이 아니라 D동 지하다. 적지 않게 걸어야했다.

약간 당황스럽게도 인터넷에서 소위 오바로크 비용으로 한 필 당 5,000원을 보고 왔는데 7,000원을 부르셨다. 한 번 협상을 시도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아 인건비가 올랐나보다 하고 알았다고 했다. 다른데 가져가서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시간을 아끼느라 그냥 맡겨버렸다.

이모님은 3, 40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실제로는 거의 50분 정도 기다려야했던 것 같은데 기다란 천 두 뭉치가 20개의 기저귀용천으로 변신해있었다. 쌓아놓으니 제법 두께가 있어 간신히 백팩에 넣을 수 있었다.

집에 가져와 한 번 삶으려다가 집에 있는 걸로는 한 번에 삶기가 힘들어보여 그냥 세탁기를 한 번 돌려보았다. 누런 색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서 용량이 되는대로 삶아보기로 한다. 하나 이상한 건 20개 기저귀 중  두 개만 길이가 다르다는 점. 하나는 너무 길고, 하나는 짧다. 다른 길이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었다. 실수로 잘못 자르셔서 두 개만 길이가 다르게 만들어졌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외 며칠 전과 오늘 동대문에서 물건 산 이야기를 덧붙여본다.

속싸개가 급하게 필요해 동평화시장의 그 유명한 해피유통과 이공에 들르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5시가 넘어 늦게 도착했더니 시장 전체가 파장 분위기였다. 해피유통도 닫혀있었고, 돌아다니는 와중에 몇 개 유아의류 가게가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이공을 찾으러 걷다보니 이공은 깊숙히 들어가야 찾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속싸개는 한 종류만 있다고 하길래 그거라도 달라고 했더니 두 개 사면 5,000원에 주신다고 하셔서 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크기가 일반적인 속싸개보다 작았다. 보통은 80cm 이상인데 이거는 70cm 대였다. 쓸 수는 있겠다 싶었다.

속싸개를 급한대로 사고 다른 가게에서 가제수건(거즈가 왜 가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을 두 뭉치 샀다. 4,000원 씩이었는데 동대문종합시장에서 3,000원에 파는 걸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다(오늘 하나 샀다). 역시 급한대로 사버렸다. 이 가게는 속싸개가 일괄 만 원씩이라는데 조금 비싼 것 같아 안 샀다. 동평화시장 입구 근처의 다른 가게를 들르니 좀 괜찮은 것을 8,000~10,000원에 팔길래 8,000원짜리 곰돌이 얼굴이 그려진 속싸개를 하나 샀다.

방수요는 알만한 사람들이 없어도 된다고 하는데 아내는 괜히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어서 하나 사기로 했다. 오늘 기저귀가 만들어지는 시간 동안 종합시장을 돌아다니다 한 곳에서 샀다. 큰 사이즈는 일괄 25,000이었고, 작은 사이즈는 15,000원이었는데 작은 걸로 하나 샀다.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다지 이거저거 사라고 권유하지도 않고 내가 산 품목을 말씀드리자 그것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제수건 10장을 더 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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