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어왔는데 이제 실제 작품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 평점이 전작들에 비해 낮다는 기사를 봤지만, 어제까지 개봉 3일만에 160만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다고 한다.
많지 않은 극장행 경험 중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세 편이나 포함되어 있으니 알게 모르게 이 감독의 영화들은 내 마음에 꽤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영화는 사정상 보러 갈 여력이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전작들에 비해 기대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보지 않고 이런 말을 쓴다는 건 무책임하긴 하다.
예고편, 인터뷰 등을 통해 파악한 핵심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리라. 지구는 인류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오직 설국열차라는 거대한 기차 안에서만 살 수 있다. 기차 안에는 재미있게도 상하위층의 인간들이 골고루(?) 탑승하고 있다.
즉 인간 사회란 것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열차 속의 인간이 인류 전체이자 인류 그 자체로 남게 된 상황을 봉준호 감독이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열차 속에는 아마도 독재자가 있는 것 같고, 사회가 그렇듯 하층민은 열악하게, 상층민은 여유롭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는 영화를 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하층민들은 도끼를 들고 반란(?)을 일으켜 상층민들이 사는 열차칸으로 전진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설국열차의 모든 구조를 알고 있는 송강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도끼든 이들의 봉기가 성공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과연 인류가 다 죽게 된 상황, 설국열차 안에 있다고 해도 긴 시간의 생존이 보장될 것 같지는 않은 상황에서 이 모든 억압과 다툼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따지면 설국열차의 세팅이 아니라 지금 인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다. 생물학적 사망을 피할 수 없는 인간들이 아웅다웅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한편으론 자연 자체가 적자생존의 공간이고, 인간사가 언제나 투쟁의 연속이라면 계급간, 집단간 충돌도 불가피하다.
아침밥을 먹다가 문득 근대 사회의 이익집단과 비교되는 전통 사회의 공동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인간의 지리적 이동이 근대에 비해 크게 적었던 것을 제외한다면 인간 사이의 갈등이라는 차원에서 더 좋았던 시절이라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을까라는. 물론 대부분 아는 이웃들 사이의 삶과 옆집의 인간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회는 꽤 다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신분 간의 갈등 관계로 인한 불만이 아무리 하층민이 신분 상승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작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실제 전통사회의 모습을 보기 위해선 더 읽어보아야 할 것이 많겠지만.
동물 집단에도 있는 상하 구분이 인간 사회에 있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고, 심지어 성경의 천상세계 그리고 지옥에도 온갖 등급이 있는데 인간의 평등이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물론 봉감독이 평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상상하는 건 아니고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다보니 이렇게 흐르고 말았다. 한국의 보수 인사들이 문화계가 좌파들에게 잠식당했다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그 주요 인물이 봉준호인 이상 누군가는 이 영화도 좌파의 흉계로 여기고 있을 테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만 펼칠 것이 아니라 언젠가 실제로 보고 더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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