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일 토요일

효녀

딸이 태어난지 열흘이 되었지만 아직 긴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기에 우리가 생물학적 부녀 관계라고 해도 진정한 인간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아이가 그 말에 반응하는 듯 보이면 기뻐한다.

어제 딸이 눈을 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원은 오늘 곧바로 이루어졌다.

오늘은 장인 어른이 동행했다. 두 명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장인 어른이 내게 와서는 아이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더라는 소식을 전했다.

설마 하루만에 그렇게 바뀌었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곧 내 눈으로 정말 그렇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정말로 양쪽 눈을 뜨고 있었다.

아직 힘이 없는 듯한 눈동자였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통로인 눈을 통해 서로를 볼 수 있게 되니 아이가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는 신생아가 아닌 것 같다.

옆으로 누워 먼저 와 있던 엄마만 바라보다가 내가 가서 부르니 내 쪽으로 눈동자를 움직여주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론 내 손도 잡아주었다.

그리곤 조금 후에 잠이 들었다.

하루만에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준 이 아이가 효녀가 아니고 무엇인가. 오늘도 아이가 잘 자기를 바라며, 오늘의 작은 성취에 기뻐하며 앞으로는 너무 자주 소원을 빌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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