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어라이벌은 SF 장르에 주인공의 네임 밸류도 훌륭해서 블록버스터 영화인가 착각을 할 정도였으나 미국 내 흥행도 그렇고 감독의 성향상 시간 죽이기용의 시각적 자극으로 가득한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고요하다고 해야 맞을 정도다. 감독은 '에너미'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화를 다 봐도 뭐가 어떻게 되었던 것인지 헛갈리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영어로 된 많은 영화 리뷰를 읽어봤지만 스포일러가 거의 없는 평이라 그런지 의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레딧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나 상상력이 지나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많고, 양이 너무 많아서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말하자면 영화가 가장 사람을 헛갈리게 하는 부분은 마치 에이미 아담스가 아이를 잃고 난 후에 외계인들이 온 것처럼 화면을 배치한 점이다. 그러나 결국 알고 보면 외계인들이 가고 난 후에 새로 알게 된 제레미 레너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에이미 아담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는데 레딧을 보고 외계인의 언어를 통해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단순히 미래를 본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시간의 개념이 통상적인 인간과 달라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아담스가 레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똑같이 할 거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그 질문은 니체의 글을 연상시켰다. 자신의 어린 딸이 병으로 죽을 것을 알면서, 십 몇 년의 양육이 끝날 것을, 자신의 자식을 땅에 묻게 될 것을 알면서 그 길을 걸을 것이냐는 것이다. 레너는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할 모양이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레너는 이미 아담스를 알게 된 것이 외계인을 만난다는 일생에 일어나기 힘든 사건보다 더 나은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더 생각할 거리들이 있지만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나중에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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