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있었다. 오스카 혹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는 이 시상식은 올해도 볼 거리를 몇 가지 제공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라 라 랜드가 여러 개 상을 시상해서 마치 시상식이 라 라 랜드 천지였던 것처럼 여겨질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골든 글로브는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부문에 대한 시상도 하고 있고, 영화는 드라마가 한 축이고 음악 및 코미디가 다른 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라 라 랜드는 골든 글로브의 여러 축 중 하나를 휩쓸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시상식의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상이듯 골든 글로브의 마지막은 음악 및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 부문에서 장식한다.
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브래드 피트의 등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졸리와의 관계 악화(자세한 사정은 모르기에 이 정도로 적어두자) 때문에 공개적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나 싶었지만 왠지 그는 시종 웃고 있었고, 다른 참석자들이 많은 환호를 보냈다. 이제는 배우보다 제작자로 더 자주 이름을 올리는 이 사람에 대한 아부일까?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워런 비티의 모습이 두세 번 카메라에 잡혔다. 아네트 베닝이 시상대에 올라섰을 때도 잡혔는데 나는 그 둘이 당연히 이혼한 사이라고 생각해서 얄궂은 카메라 감독이다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커플은 1992년에 결혼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모양이다. 헐리우드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재미로는 시상식의 오프닝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라 라 랜드의 유명한 고속도로에서의 오프닝을 패러디한 장면으로 2016년을 장식한 영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뮤지컬 연기를 한다. 존 스노우는 자동차 시트에서 죽은 척 하다가 갑자기 깨어났고, 웨스트월드의 여주인공도 등장한다. 심야 토크쇼의 호스트이자 시상식의 진행자인 지미 팰론은 라이언 고슬링이 피아노를 치던 장면과 천문대 장면의 패러디 영상에도 연이어 등장한다. 여기서는 저스튼 팀벌레이크와 동성애적 관계를 암시하는데 이후엔 라이언 레이놀즈도 동성애자인 것처럼 자꾸 비유하는 장면들이 나와 무슨 사연인가 싶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에마 스톤의 전 남친 앤드류 가필드와 키스를 했고 에마 스톤이 그 영상을 보고 경악하는 장면을 나중에 볼 수 있었다.
앤드류 가필드는 멜 깁슨 감독의 핵소 리지라는 전쟁 영화의 주인공으로 주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였다.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은 별로 받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다른 모양이다. 시상식에 등장한 영화들은 대개 이름이라도 들어봤는데 핵소 리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연초의 시상식을 보며 남자 배우들이 왜 이렇게 수염을 기르나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콧수염,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배우들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드라마 부문의 주연상을 받은 케이시 애플렉도 그렇고, 크리스 파인도 못지 않은 수염을 보여주었다.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반면 여성들의 과감한 드레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누가 가장 과감했는지 따지고 싶지는 않고, 이번 시상식에서는 유난히 가슴 아래까지 아주 깊숙히 골이 파인 옷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상을 받은 다음 어디로 내려갈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실베스터 스탤론의 세 딸들이 맡았다. 작년 어느 시상식에 나타나 딸들이 어떻게 전부 예쁘냐는 찬사를 받은바 있는데 올해는 아예 시상식 무대에 계속 자리를 잡아버렸다. 스탤론은 올해가 록키의 몇 주년인지 상대배우와 함께 시상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메릴 스트립은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의 말 그대로 단골인데 이번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일종의 공로상을 수상했다. 수상 연설도 인상적이었다.
수상 연설이 인상적이기로는 폴 버호벤 감독과 이자벨 위뻬르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영화제의 이방인이라할 이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람들은 같은 영화로 상을 받았다. 폴 감독의 경우야 외국어 영화상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자벨 위뻬르가 영화 드라마 부문의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놀라웠다. 그녀 자신도 그 점을 수상 소감으로 이야기했는데 다른 후보들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은근히 웃기는 배우 맷 데이먼은 작년에 마션으로 주연상을 받은바 있는데 부문이 드라마가 아니라 음악 및 코미디였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는데 올해 맷 데이먼드 자기가 작년에 그 부문으로 상을 받은 게 코미디였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TV 드라마 부문에서는 블래키쉬, 피플 버서스 오제이 심슨, 애틀란타 같이 흑인 위주의 작품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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