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6일 화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피날레

웨스트월드는 이상한 장면을 제시하며 시즌2를 마무리했다. 맨인블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기가 죽였던 딸이 눈앞에 보였고 결국 드러나기로 그 장면 속의 맨인블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충실성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영화판 웨스트월드에서 율 브리너를 연상시키는 맨인블랙이 로봇이 되었다면 원작에 더 부합하게 되는 흐름이라고도 하겠지만 율 브리너가 원래는 테마파크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니 유사성은 그 정도에서 멈추는 모양이다.

지난 9편은 웨스트월드를 너무나 자주 찾은 윌리엄이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진짜인지 너무 헛갈려 자신의 팔에 선을 꽂는 단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칼로 살을 헤집는 장면이 등장했다. 10편에서는 진실을 확인시키지 않고 모호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10편 마지막 부분이 훨씬 이후의 시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맨인블랙이 인간이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10편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스트 네이션의 아케체타가 말하는 '문'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대목이었다. 재미있게도 그 문은 호스트들에게만 보였다. 호스트들은 땅바닥부터 하늘까지 길쭉한 틈이 생겨나는 걸 보았고 그 '문' 너머에 아무 것도 없는 들판이 있는 것도 보았다. 이곳은 포드가 호스트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호스트들이 그 문턱을 넘으면 로봇의 육신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육신의 이미지, 데이터가 저 편으로 넘어가서 새로운 선택을 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호스트들의 데이터가 담긴 더 크레이들과 쌍을 이뤄서 존재하는 곳, 게스트들의 정보가 저장된 더 포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곳의 사상은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의 복잡성을 호스트의 몸에 주입하면 자꾸 에러가 나지만 알고 보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단순하게 가면 기계의 몸과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호스트들이 인간들이 짜놓은 내러티브 상에서 행복하게 혹은 문제없이 살아가는 경우와 같다. 호스트와 인간의 경계는 매우 흐릿하다. 양장본 속에 코드로 정리된 책 한 권이 인간의 전 생애라는 시각적 묘사는 훌륭하면서도 섬뜩했다.

10편에서는 그 동안의 여러 의문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시즌2 내내 혼란스러운 버나드의 기억은 그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었다. 버나드는 포드의 존재를 프로그램에서 지워버렸지만 이제는 그가 옆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언제나 포드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1편에서 버나드가 자신이 홍수를 일으켰다고 했는데 10편을 보건대 그가 아니라 돌로레스가 홍수를 일으킨 것 같다. 그가 일부러 자신이 했다고 말한 것일까? 돌로레스가 버나드를 창조했다는 것은 설명이 되었는데 10편을 보건대 그녀는 버나드를 두 번이나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 포드의 명령으로 아놀드와 비슷하게 버나드를 만들어낸 이후 웨스트월드를 탈출하여 다시 만들어내는.

주목할만한 반전은 테사 톰슨이 연기한 헤일이 버나드가 되살린, 헤일의 외모를 한 돌로레스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돌로레스가 다른 외형을 갖고 소원대로 웨스트월드를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녀가 탈출한 세계에는 여전히 헤일의 외형을 한 호스트가 있고 돌로레스의 형상을 한 호스트도 있다. 두 개의 돌로레스인지 아니면 나중에는 헤일의 형상에 다른 '펄'을 넣은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또 재미있는 것은 스텁스라는 캐릭터가 호스트인 걸로 보인다는 점이고,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헤일 버전의 돌로레스를 알아보면서도 그녀를 검색대에서 순순히 보내준다는 것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시즌2에 대해 호평보다는 지나치게 혼란스럽다는 평가를 하는 가운데 언제나 시청자를 속일 수 있는 이 시리즈가 시즌3 이상 존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즌 피날레의 거의 유일한 위안은 다음 달 시작될 HBO의 새 시리즈가 꽤나 기대가 된다는 점이다.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Sharp objects!

2018년 6월 15일 금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7, 8편

지난 주에 7편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었으나 마무리가 되지 않아 쓰다 만 내용들을 맨 마지막에 두고 8편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8편은 많은 전문 리뷰어들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평가받았고,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엄청나게 많이 등장했지만 언제나 왜 나오는지는 오리무중이었던 고스트 네이션, 인디언족의 정체가 그 우두머리인 아케체타의 회상을 통해 드러났다. 에피소드 시작 부분에서 잠시 드러나듯이 아케체타는 웨스트월드가 조성되기 이전부터 제작된 초기 모델이었다. 그는 처음에 평화로운 인디언 부족의 역할을 공원 내에서 맡고 있었지만 돌로레스가 처음 일으킨 대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 또 역할 변경으로 그의 사랑인 코하나가 자신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를 납치하여 다시 자신을 알아보게 만들었지만 그녀를 웨스트월드 관리자들에게 빼앗기자 죽음을 감수하며 그녀를 찾아나섰다. 코하나가 기계적 세팅을 초월하여 과거의 사랑을 깨닫는 과정이나 아케체타가 하계에서 죽은 사랑을 찾아나서서 기어이 발견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미로에 대한 이야기가 시즌2에서 다시 등장했는데, 요컨대 포드 박사가 별 의미없이 혹은 다른 의도로 두었던 물건이었지만 아케체타는 그것이 대단한 의미를 가진, 비밀의 열쇠라고 생각했고 그 미로 문양에 대한 집착은 실제로 그가 자신에게 부여된 경계를 초월하여 ‘저너머 언덕’ 혹은 그가 칭하는 ‘문’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아마 10편에서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되는 그 장소는 이번에 비교적 오래 카메라에 잡혔지만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메이브는 이번 편에서 거의 드러누워 델로스 사의 직원들에 의해 해체되거나 사라지는 등 운명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딸을 통해 아케체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아케체타는 메이브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 주변을 맴돌았다는 점도 밝혀졌다. 그 이유는 그 딸이 아케체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줬기 때문이다.

맨인블랙이 거의 죽을 지경인 가운데 그에게 배신당한 그의 딸이 기어이 고스트 네이션에 사로잡힌 그를 찾아내어 인디언보다 더한 고통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데려갔다. 9편 예고편은 윌리엄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과연 그의 딸이 정말 인간과 호스트의 합성인지 궁금하다.


<쓰다만 7편 리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많은 총격전이 있었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메이브와 맨인블랙의 대결은 두 핵심 캐릭터가 사망할 것처럼 연출되었다. 총에 네 번이나 맞은 맨인블랙, 늙은 윌리엄이 죽지 않는다면, 또 델로스의 보안요원들의 총에 제대로 맞은 메이브가 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맨인블랙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메이브는 죽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죽지는 않았다.

클레멘타인이나 안젤라처럼 확실하게 역할이 끝나는 캐릭터들도 있었다. 심지어 테사 톰슨의 헤일 캐릭터도 돌로레스에 의해 죽기 직전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랬지만 그 때마다 닥치는 급박한 상황 덕에 죽음을 면했다. 하지만 포드 박사처럼 죽었어도 신 같은 권능을 자랑하는 캐릭터가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죽음들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들의 실제 세상에서의 그것과 다를 것이다. 

버나드는 크레이들의 서버 안, 네트워크에서 포드와 재회했고 웨스트월드의 세상에서 게스트가 호스트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호스트들이 게스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을 저장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놀드의 이미지로 창조된 자신의 탄생 과정을 알게 된다. 

2018년 6월 1일 금요일

13 reasons why 시즌 2

많은 이들이 기다린 넷플릭스의 유명 드라마 13 리즌스 와이의 시즌 2가 얼마 전에 공개되었다. 영국 가디언에서는 청소년들의 시험 기간에 이 드라마가 공개되어 우려가 된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시험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때에 이런 드라마를 보다가 자살 충동에 빠질까 우려한 것이다. 드라마는 그에 대한 대응으로 1편의 시작부터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어디로 신고하라고 안내했고, 드라마의 매 편이 끝날 때마다 홈페이지 주소를 보여줬다.

이러한 제작사 측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내용은 매우 우울하다. 시즌1에서 하나 베이커의 자살 장면이 너무 적나라하여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최종회에서 너무나 가학적이고 범죄에 분명한 집단 괴롭힘 장면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총을 들고 축제의 현장에 가려고 할 때는 미국에서 현재도 학교의 총기 사고로 시끄러운 와중에 설마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나가도 될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총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드라마에서 몇 번이나 권총 사격을 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을 때는 결국 총을 들고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는 분명한 예고였다. 어쩌면 현재 미국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들이 시즌2가 더욱 막장으로 끝나는 것을 막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드라마는 다양성에 대한 집착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인종, 성적 취향, 계급에 있어서 온갖 종류의 인간들을 모아놓았다. 여전히 핵심 캐릭터는 백인들인 것은 분명하고 바로 주변의 이차적인 캐릭터들에는 많은 흑인이 등장하고 히스패닉도 있다. 재미있게도 동양계 학생 캐릭터는 백인과의 혼혈이거나 아예 입양된 경우였다.

시즌2가 이룬 바는 무엇일까. 브라이스의 범죄는 하나 베이커 하나로 끝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하게도 예전부터 있었고,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는 놀라움? 자신의 여자친구마저 그 쓰레기 같은 클럽하우스로 데려가 강간한다는 설정? 아니면 남성 동성애의 만연? 하나 베이커가 재크 뎀프시와 섹스를 하는 사이였다는 점? 하나가 이전 학교에서 따돌림의 가해자였다는 점? 결국 우리는 남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 남이 자신의 자식이라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이 미덕이라면 미덕일 것이다.

하나가 따돌림을 하는 주체였다는 부분은 최근에 읽은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라는 단편 소설과 너무 겹쳐졌다. 부모를 사실상 잃고 혈연도 아닌 남의 집에서 살면서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따돌리고, 그 아이가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놀렸다는 한정희라는 캐릭터. 특히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따돌리는 대열에 합류한다는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운가보다. 어른들의 세상에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하나 베이커를 잊지 못하다보니 아예 유령으로 자기 곁에 두게 된 클레이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이만.

어 콰이어트 플레이스

에밀리 블런트가 출연하여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별다른 정보없이 영화를 봤다. 씨네21 같은 곳에서 얼핏 보기로 평이 나쁘지 않아 보였고, 감상 후 해외의 리뷰들도 대부분 호평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서 그렇게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보지 못 하는 반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내지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영화가 내세운 가장 독특한 설정이다.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설정은 매우 큰 제약이다. 영화는 그 한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에밀리 블런트를 출산이 임박한 엄마로 설정했다. 당연히 출산 과정은 많은 소리를 동반하게 되고, 엄마의 고통보다도 막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영화에서는 아기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서 상자 안에 넣어 소리를 최소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왜 영화의 부부-이들은 실제 부부사이란다-는 소리를 내면 안 되는 세상에서 아이를 갖게 되었을까. 영화의 흐름을 보건대 초반부에 로켓 장난감을 갖고 놀다 소리를 내고 괴물의 희생양이 된 막내 아들을 생각하며 아이를 더 낳은 것 같다는 심증은 간다. 하지만 우는 아기를 언제나 산소마스크를 씌워 조용히 만들 수는 없다. 내가 기르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아이들이 언제 울지 언제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래의 막내, 셋째가 아이다운 호기심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넷째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장난치다 소리를 내는 위험한 상황은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 형, 누나와 부모는 셋째 때처럼 침묵을 하며 남은 이들의 목숨을 유지하거나 비극의 광경을 함께 슬퍼하다가 죽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대책없이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기계를 만지는 능력 외에 직접 무언가를 제작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었다. 기계 장치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는데 누나 역할의 아이가 실제로 청각장애가 있고 영화에서도 그런 설정이라고 하니 보청기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계의 볼륨을 높일 때 나는 소리를 괴물들이 질겁을 하는 것만 보면서는 원래 괴물을 공격하는 무기인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런 효과를 미리 알고 제작했다면 진작에 실험을 했을 터이니 보청기의 부수 효과가 괴물을 퇴치했다고 봐야겠다. 괴물들은 두꺼운 철판도 종이처러 가볍게 찢어버리는 다리를 갖고 있지만 일단 괴로운 소리를 들은 후 엽총으로 얼굴을 맞으면 퇴치가 되었다. 인간들이 마침내 괴물을 퇴치할 매뉴얼을 얻었다.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욕조에서 피를 흘리며 아이를 낳기 직전의 상태였던 에밀리 블런트가 나중에 샤워실에서 피묻은 손으로 벽을 턱 짚으며 아이를 남편에게 내보인 장면이었다. 싸이코나 타이타닉의 유명한 장면들이 연상되면서, 괴물을 유도하기 위한 용도였으나 어찌되었건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지는 와중에 에밀리 블런트는 아이를 낳고 탯줄도 끊으며 알아서 출산 과정을 처리했다. 그녀가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혈압계로 자신의 상황을 체크하고 달력에 날짜를 표시하며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것을 생각하면 출산 과정을 그것도 남편의 도움이 없을 경우도 가정하여 대비했을 것이다.

타자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인지 뉴요커의 영화평에서는 영화가 백인 일색임에 대한 불편함이 드러났다. 요즘 영화에서는 다양성이 강조되다보니 오히려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섞어놨다는 느낌의 영상물도 적지 않다. 영화는 분명 다양성을 다루지 않는다. 괴물과 인간의 화합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다. 어제 훑어본 침입종 인간이라는 책의 내용과 유사하게 괴물과 인간은 지구의 최고 포식자 자리를 놓고 다툴 뿐이다. 그리고 청각장애 소녀의 우연한 발견 덕분에 괴물들이 소탕될 수도 있고, 너무 많은 괴물들이 몰려와 그 가족은 모두 죽고 괴물 퇴치의 비급은 영원히 소실될지도 모른다.

청각이 예민한 괴물과 청각 장애 소녀의 극명한 대비. 남편 역이자 영화의 감독은 소리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정치적 메시지까지 있을까? 눈이 멀고 싫은 소리를 내는 존재는 소멸시키는 괴물은 망가진 정치 권력에 대한 메타포일까? 뉴요커의 리뷰에서 죽어가는 성인 남성들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분노의 외침을 지른다고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식의 상상에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

영화는 설정 내에서 나름대로 논리적인 완결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놀라운 지점은 별로 없었기에 아쉬웠다. 괴물은 어디선가 많이 본 형태인데 어떤 영화의 괴물과 유사한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8년 5월 30일 수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6편

이번 편은 주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흔치 않은 에피소드였다. 그만큼 정신없는 전개가 이어졌다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지만 별로 진전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쇼군월드는 이번 편에서 짧게 나온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사시와 아카네는 메이브 일행을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들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메이브는 초능력을 통해 쇼군월드의 인물들과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극중 설정상(원래는 영어를 잘 함에도) 일본어만 해야 하는 무사시와 아카네에게 더 대사를 준다면 영어 자막이 화면에 자꾸 등장해야 하고 미국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이다. 그럼에도 쇼군월드의 궁수는 일본인 캐릭터로 유일하게 메이브 일행에 합류했다.

늙은 윌리엄은 딸과 눈물의 대화를 나누었다. 윌리엄이 딸이 포드가 만들어낸 호스트로 오해(?)하는 장면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어떤 리뷰어는 그녀가 델로스 회장처럼 호스트-인간의 혼종일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델로스 회장에 대한 실험이 근래에도 실패한 마당에 다른 인간의 경우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하튼 윌리엄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딸의 회유에 넘어가는 듯 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고 딸을 버려둔채 자기의 목적, 어떤 리뷰어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그 무엇을 향해 이번에도 전진했다.

돌로레스는 자신의 결정의 결과를 보게 된다. 테디는 더 이상 마음 착한 순정파 남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악한이 되었다. 돌로레스 일행은 기차를 본부로 돌진시켜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 피해 정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돌로레스에 관해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에피소드 시작부에 등장한다. 시즌 초반에 아놀드가 돌로레스의 상태에 대해 경탄하면서 우려하는 듯한 장면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은 돌로레스가 버나드의 충실성을 시험하는 장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예고편의 장면을 감안하면 수많은 버나드들이 있는 듯 하고 돌로레스는 그 모델들을 테스트했던 모양이다.

하이라이트는 포드 박사가 결국 얼굴을 드러낸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일이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했을 터이다. 그는 예상대로 호스트들이 존재하는 데이터 서버의 네트워크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웨스트월드의 관리자들, 기술자들이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을 막을 정도로 강력한 그의 능력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2018년 5월 27일 일요일

더 블랙리스트 시즌 5

시즌 5는 이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사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제임스 스페이더가 연기한 레이먼드 레딩턴이 가짜라는 것이다. 진짜 레이먼드 레딩턴은 지난 시즌부터 현재까지 계속 레딩턴이 숨기고 싶어했던 그 더플백 속의 해골이라고 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로 레딩턴이 리즈의 엄마라는 설이 있는데 레딩턴이 아버지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렇게 희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으로는 그럴 듯 한 설명이다.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의 설정상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레딩턴이 리즈의 외삼촌이라는 설로 보이는데 이것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여전히 여러 설명이 가능한 상황이라 레딩턴이 결국 진짜 아버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음으로 깜짝 놀라게 한 설정은 톰이 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에 리즈도 죽인 척 했다가 살린 적이 있지만 톰이 안 죽었다는 설정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 설명이 나오긴 할 것이다.

2018년 5월 22일 화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5편

이번 편의 제목은 '아카네 노 마이'였다. 극의 내용을 보건대 '아카네의 춤'이 그 의미일 것이다. 그 춤은 죽음의, 복수의 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비밀스럽던 쇼군 월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극중 웨스트월드의 작가인 리 사이즈모어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쇼군 월드는 웨스트월드에서의 재미가 덜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더 강한 자극을 원했기 때문에 탄생한 세계라고 한다. 이곳은 칼이나 활로 살상을 해야하기에 미국 서부에서 총질을 할 때보다 더욱 참혹한 죽음의 광경이 창출될 수밖에 없다. 3편을 감안하건대 지리적으로 웨스트월드와 연결되었을 것 같다. 메이브 일행이 윌리엄의 딸처럼 한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는 장면이나 암시도 없었다.

쇼군 월드에는 익숙한 일본 배우들도 보인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무사시라는 캐릭터로, 예전에 바벨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키쿠치 린코는 제목에 나오는 아카네 역할이다. 극중에 명확히 나오지만 쇼군 월드는 웨스트월드와 완전히 다른 맥락이어야 할 것 같지만 창조자인 리는 시간이 부족하여 웨스트월드의 내러티브를 거의 그대로 쇼군 월드에 복사해서 적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종교적 창조주를 생각한다면 인간 세상이 지리적으로 아무리 분리되어 있어도 결국 다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세간의 평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리하여 웨스트월드의 인물들은 각기 자신의 캐릭터의 복사판인 일본의 캐릭터들을 발견하며 공명하기도 하고 경계하기도 한다. 

이번 편은 지난 편에서 완전히 제외된 돌로레스 일행과 메이브 일행의 스토리로만 진행되어 반대로 맨 인 블랙, 윌리엄의 스토리는 나오지 않는다. 돌로레스는 테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며 요즘에는 잘 보지 못하는 정사신까지 짧지 않게 연출했는데 이는 결국 큰 반전을 위한 것이었다. 돌로레스는 앞으로의 여정이 험악하여 테디 같이 착하디 착한 캐릭터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웨스트월드의 엔지니어를 통해 테디의 캐릭터를 안전히 바꿔버린다. 그 결과 테디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직 모르지만 그의 운명은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분명하다. 한 리뷰에서는 테디의 캐릭터를 바꿔버리는 행위를 보며 자신의 연인을 바꿔버리는 것이 연애의 꿈이라는 식의 표현을 보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나 연인은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게 마련이다.

이번에 쇼군 월드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은 메이브가 또 한 번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말로 다른 호스트들을 조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죽음의 위기에서 말을 하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호스트들을 움직이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호스트들이 말을 안 해도 연결되었다는 설정은 이미 드러났는데 호스트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한 차원 높아졌다는 것인지 아니면 호스트의 기계적 특성에서 그런 잠재력이 있었던 것인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녀 일행이 쇼군의 병사들을 대적하게 되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번 편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은 호스트들의 성적 역할에 대한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의 남성, 여성의 역할, 성격 등은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몸과 마음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호스트들은 일차적으로는 기계적 존재이고 그네들의 머릿 속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남녀의 신체적 차이란 것도 호스트에게 큰 장애는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메이브가 딸을 애타게 찾는 것도, 돌로레스가 와이어트이면서도 테디를 여성으로서 사랑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면서도 완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캐릭터의 스토리라인이 남녀를 구분지어 제작되었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를 여성 호스트에 넣으면 이상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