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일 월요일

도둑처럼 찾아온 10월

'시월애'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Lake house'를 얼마 전에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둘이 이런 영화에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을까 의문이 들던 찰나 이 둘이 꽤 오래전에 '스피드'라는 영화로 급부상한 커플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키아누는 매트릭스 시리즈로 최고의 배우로서 자리를 굳힌 인상이지만, 산드라 블록은 옛 명성은 있되 주목할만한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지는 못한 것 같다. 스피드를 본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둘은 정말 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것이다.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가 비포 선라이즈 이후 10년만인가에 비포 선셋을 찍는 기이한 사건도 있었건만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만남은 세월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한다.


Lake house의 원작 시월애를 찍은 두 명은 어떤가. 전지현은 연기력은 포기하고 TV광고를 특화 사업으로 밀고 나갈 기세다. 요즘은 들고다니지도 않는 삼성 마이마이를 들으며 요염한 춤을 추던 그녀. 뭇 남성들이 '하악~' 소리를 내뱉게 만드는 상상속의 말그대로 아이돌. 이정재는? 글쎄. 연기에 아주 많은 소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그럼에도 시월애는 내 기억에 강한 이상으로 자리잡은 얼마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다. 군대 시절 시월애 편지지로 편지를 써서 그런 걸까?


오늘은 2007년 10월 1일의 시작이다. 아직도 2007년이라는 숫자가 어색한데 이제 올해도 한 분기밖에 남지 않았다. 나이야 별 상관없지만 몸은 늙게 마련이고, 이쯤되면 점점 추워지게 마련이다. 몇 주 동안 기숙사에서 혼자 있는 동안은 끝없는 외로움에 지쳐 잠이 들어버리기 일쑤였다. 이 시월에, 어색한 2007년의 10월에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닷가의 '일 마레'건 시카고 호숫가의 'Lake house'이건 우체통을 발견하면 편지를 하고 볼 일인가?


시도때도 없이 노래방에서 불러보는 승환의 '만추'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계절이 되고 있다. 혼란스럽게 여러 일에 집적거려보지만 이번에 작으나마 결실을 맺는 것이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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