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리그 18위의 토트넘에게 40분 끌려다니다가 겨우 비겼다.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르세유와의 경기보다는 나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폴 로빈슨의 전방 롱패스에 이은 버바토프의 헤딩 떨구기, 그리고 로비 킨의 빠른 침투에 의한 슈팅이라는 똑같은 패턴으로 두 골을 허용했다.
팀이 강등권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마틴 욜의 경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125주년 기념 홈경기에서 4-1로 뒤쳐지다가 경기 막판 극적으로 4-4를 만들었던 토트넘이다. 4-4(오프사이드가 확실한 상황이었지만)가 되는 순간 White Hart Lane은 리그 우승이라도 한 분위기였고 욜 감독도 웃었다. 리버풀로 와서 2-1로 앞서는 순간에도 욜의 굳은 표정이 풀리지 않았지만 경기가 거의 끝나가자 승리를 만끽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토레스가 득점하면서 나올뻔한 웃음이 금세 들어갔다. 아직 경질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간만에 리그 수위를 달리며 17년간의 무관 생활을 청산하겠다는 각오와 성적과 선수 구성을 갖춘 것 같았던 리버풀이지만 몇 경기 째 삽질을 하고 있다. 동기는 충분하다. 외부의 압박이라는 측면에서는. 하지만 선수들의 심리도 그렇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British로 채워졌고, 리버풀 로컬 보이들이 주축이었던 80년까지의 리버풀은 편협할지 모르나 지역색, 지역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가득한 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화를 노리는, 상업적 성공을 노리는 리버풀은 일정 수준의 성적을 내야하는 기계가 되었다. 심미적으로 라파의 전술 변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으나, 그나마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리버풀이라는 팀을 가벼운 마음으로 보던 많은 신규 팬층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다.
알론소와 아게르가 빠졌다고 이렇게 수비의 구멍이 커진다면 히피아와 마스체라노는 철저한 실패다. 히피아야 나이가 있다고 쳐도, 마스체라노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완전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제라드는 이래저래 악재가 겹친 상황이 경기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파는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고, 마피아같이 보이게 만드는 수염들을 이제는 깎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수석코치였던 파코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큰 것일까? 조직력의 와해, 불분명한 내적인 동기 유발. 리버풀의 부진은 의외로 오래 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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